여름 꽃은 지고 가을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가을 꽃들은 국화목 국화과 꽃을이 주류를 이루어 작은 잎들이 촘촘히 여러 개 붙어있다.
가을 길을 걸으면 특유의 냄새가 있다. 시큼하지만 건조한 느낌의 냄새가 난다.
가을길이 특히 좋은 점은 모기의 성가심이 없다는 점이다. 나는 모기를 매우 싫어한다. 뚝방길을 걸으며 갈색으로 노란색으로 생명를 잃어가는 잎과 꽃들을 볼 수 있는 날은 그리 길지 않다.
떨어지는 낙엽은 꽃보다 붉다고 한 시인의 말처럼 이제 시작될 만추를 기다리며 잎마름을 간절한 목마름으로 지켜봐야겠다. 예전에는 낙엽이 생명을 잃어가는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낙엽이 생명을 잃어간다기 보다는 나무가 살기위해 잎을 떨군다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무입장에서 가르치니 말이다. 낙옆은 짫은 생을 살다가 가는 존재이고, 나무는 그보다 긴 삷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 것은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나름의 실존주의 철학이다.
열매는 무엇이 되고, 낙엽은 거름이 된다. 낙엽이 열매보다 많은 것은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거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꽃이 크고, 열매가 탐스러울 수록 그 아래에서 거름이 되는 존재를 떠올리는 것이 나이듦이다. 나는 늘 열매인 줄 알았다. 거름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혼자서 도도하게 자란 줄 아는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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